돌발열이라는 이름으로는 부족했던 하루

돌발열에 대하여… (feat. 40도)

지아가 15개월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크게 아팠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다른 증상은 없고
고열만 발생했다.
소아과에서 독감 검사를 해봤지만
결과는 음성이었다.

지아 또래에 흔하게 발생하는
돌발열(돌치례, 돌치기 등)이라고 했다.
돌쯤 되어 한 번 크게 앓고 지나가는 열이라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첫째 날

처음 느낀 건 이마가 뜨겁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많이 뜨거워서
체온을 재보니 38.5도.

일단 버텨보자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39도까지 올라갔다.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지아의 컨디션은 좋았다.
뛰어다니고, 웃고, 놀고,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둘째 날

해열제를 먹여본다.
온도가 39도에서 조금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그대로 유지된다.

잠이라도 잘 잤으면 좋겠는데,
열 때문에 힘든지 잠을 잘 못 잔다.

해열제가 듣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두려운 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밤을 꼬박 새우며
계속 체온을 재고,
지아가 깨면 우유를 먹이고
다시 놀아준다.


셋째 날

39.5도.
여전히 해열제는 잘 듣지 않는다.

일요일 밤 10시,
너무 걱정이 되어 거의 패닉 상태가 된다.

저녁에 샤워를 시키고 놀아주는데,
지아의 입술이 푸르딩딩해 보였다.
너무 무서웠다.

지아 컨디션은 괜찮아 보여도
그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시 아주대 응급실로 향한다.
의사 선생님은
이 시기의 아기들에게 흔한 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설명해 주신다.

푸르딩딩한 입술도
체온이 급격히 오르내리며 생길 수 있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독감 검사 음성 결과를 바탕으로
돌발열로 판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넷째 날

39.9도.
처음 보는 숫자였다.

내일모레 예정된 제주도 가족여행은
아무래도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소아과로 달려간다.
소아과에서는
아기들에게 40도 가까운 열도
생각보다 흔하다고 했다.

해열제는
힘들어 보일 때만 먹여도 된다는 의견.
그래도 마음은 계속 불안하다.

아마 내일부터는
열도 떨어지고 회복될 거라며,
제주도 여행도 다녀와도 괜찮다고 한다.

다만 회복 과정에서
3~4일 정도는
짜증을 많이 낼 거라고 했다.


다섯째 날

새벽 6시,
다시 체온을 재본다.
36.5도.

처음으로 안도의 숨이 나온다.

오전 9시 45분 비행기.
과연 탈 수 있을까.

도박하는 기분으로
급하게 짐을 싸서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지아의 기분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괜히 여행을 가는 건 아닐까.’

그래도 일단 가본다.
비행기에서는 다행히 잘 잔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짜증은 많이 낸다.
잠도 잘 자지 않는다.


이후 제주도에서
짜증은 많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재밌게 잘 놀다 돌아왔다.

아직도 짜증이 늘었고,
식사량도 많이 줄었지만
잘 놀고, 잘 웃으며 지내다 보면
다시 회복될 거라 믿는다.

이제 정말,
안 아팠으면 좋겠다.
응급실도 그만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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